9월, 2026의 게시물 표시

🪐 천왕성 자기장이 59도나 삐뚤어진 이유, 1986년 보이저 2호가 남긴 미스터리 숙제

📑 목차 🔭 천체투영관에서 본 이상한 그림 하나 🛰️ 보이저 2호가 1986년에 확인한 수치 🧲 지구식 다이너모로는 설명이 안 됐던 이유 🌀 자전축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두 가지 기울기 🚀 검증은 아직 못 끝난 상태 🔭 천체투영관에서 본 이상한 그림 하나 몇 년 전 과학관 천체투영관에서 태양계 행성들의 자기장을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어요. 지구, 목성, 토성까지는 자기장 축이 자전축이랑 거의 나란해서 팽이처럼 깔끔하게 돌아가더라고요. 그런데 천왕성 차례가 되니까 화면 속 자기장 선이 아예 삐딱하게, 게다가 중심에서도 벗어나서 그려지는 거예요. 옆에 앉은 사람이 "저거 오류 아니야?"라고 할 정도였는데, 나중에 찾아보니 실제 관측값이 그렇다는 걸 알고 오히려 더 궁금해졌습니다. 🛰️ 보이저 2호가 1986년에 확인한 수치 이 이상한 그림의 근거는 1986년 1월 보이저 2호의 천왕성 근접비행입니다. 당시 자력계 데이터를 분석한 Ness 등의 연구(1986, Science)에 따르면 천왕성 자기장 기울어짐 정도는 자기 쌍극자 축이 자전축과 약 58.6도, 흔히 반올림해서 59도에 달했고, 쌍극자 중심 자체도 행성 중심에서 약 0.3 천왕성 반지름만큼 벗어나 있었어요. 지구의 자기 축 기울기가 자전축과 11도 정도 차이 나는 것과 비교하면 다섯 배 넘게 어긋난 셈이고, 중심 이탈까지 겹쳐서 위성 궤도를 도는 동안 자기권 형태가 계속 요동치듯 바뀌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이 관측 하나로 "행성 자기장은 자전축과 거의 나란한 쌍극자"라는 그때까지의 암묵적 전제가 깨진 거죠. 🧲 지구식 다이너모로는 설명이 안 됐던 이유 지구 자기장은 외핵 전체, 그러니까 행성 반지름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두꺼운 액체 금속층에서 대류가 일어나며 만들어집니다. 이 두꺼운 대류층은 코리올리 힘의 영향으로 자전축과 나란한 원통형 대류 기둥을 만들고, 그 결과 쌍극자 성분이 압도적으로 강한 깔끔한 자기장이 나...

🔭 슈퍼지구와 해왕성 사이, 미니해왕성이 유독 적은 진짜 이유와 반지름 계곡 대기 관측 총정리

📑 목차 🔭 외계행성 아카이브에서 마주친 이상한 빈틈 🧪 광증발과 코어파워, 두 용의자 🛰️ GJ 1214b, 관측 온도가 100도 넘게 낮았다 💧 TOI-270 d, 있어야 할 암모니아가 없었다 🧭 두 관측이 같이 가리키는 지점 🔭 외계행성 아카이브에서 마주친 이상한 빈틈 얼마 전에 심심해서 NASA 외계행성 아카이브를 필터링해보다가 좀 이상한 걸 발견했다. 반지름을 지구 대비 배수로 정렬해봤더니, 1.5배에서 2배 사이 구간에서 행성 개수가 뚝 떨어졌다. 1.3배짜리도 많고 2.5배짜리도 많은데, 딱 그 사이만 골짜기처럼 비어 있었다. 처음엔 관측 편향인 줄 알았는데 찾아보니 이건 2017년에 캘리포니아공대의 벤저민 풀턴 연구팀이 케플러 데이터에서 이미 확인한 현상이었다. 이름도 있었다, '반지름 계곡'. 지구보다 살짝 크면 암석질 슈퍼지구, 조금만 더 커지면 갑자기 두꺼운 대기를 두른 미니해왕성이 되고, 그 중간 크기는 우주가 일부러 피해가는 것처럼 드물다. 🧪 광증발과 코어파워, 두 용의자 이 골짜기를 설명하는 이론은 크게 두 갈래다. 하나는 광증발. 어린 별은 자외선과 엑스선을 지금보다 훨씬 세게 뿜어내는데, 별에 바짝 붙은 행성이라면 이 복사가 수소·헬륨 대기를 수억 년에 걸쳐 뜯어낸다. 얇은 대기를 가진 행성일수록 이 과정에서 벌거벗은 암석핵만 남고, 그래서 중간 크기가 비게 된다는 논리다. 다른 하나는 코어파워 질량손실. 이건 별 복사와 무관하게, 행성이 만들어질 때 갖고 있던 자체 열이 식으면서 대기를 서서히 밀어낸다는 이론이다. 시간 스케일도 다르고 별과의 거리 의존성도 다르다. 문제는 두 이론 다 반지름 계곡의 위치와 모양을 그럭저럭 잘 재현한다는 거다. 통계만 봐서는 승부가 안 났다. 🛰️ GJ 1214b, 관측 온도가 100도 넘게 낮았다 이 교착 상태를 흔든 게 2023년 제임스웹의 GJ 1214b 미니해왕성 대기 관측 이다. 캐슬린 켐프턴 연구팀이 미리(MIRI) 기기로 이 미니해왕성의 위상...

🧤장갑 속에서 사라진 지문, 우주비행사들은 왜 손톱까지 잃어버릴까? NASA 우주복 압력의 비밀 총정리

📑 목차 🧑‍🚀 우주정거장에서 돌아온 사람의 손을 본 적 있나요 🎈 장갑이 아니라 풍선을 쥐고 있는 셈 💅 손톱이 통째로 벗겨지는 '조갑박리' 🔍 지문이 사라지면 생체 인식은 어떻게 될까 🛰️ 몸을 기준으로 삼은 시스템의 맹점 🧑‍🚀 우주정거장에서 돌아온 사람의 손을 본 적 있나요 몇 년 전 다큐멘터리에서 국제우주정거장 임무를 마치고 돌아온 우주비행사의 손을 클로즈업으로 보여준 장면이 있었어요. 손끝 피부가 유난히 매끈했고, 손톱 몇 개는 가장자리가 들떠 있었습니다. 처음엔 그냥 오래 장갑을 껴서 그런가 보다 했는데, 찾아보니 이게 우연이 아니라 우주복 설계 자체에서 비롯된 꽤 잘 알려진 현상이더라고요. 우주비행사 크리스 해드필드는 자신의 회고록 《An Astronaut's Guide to Life on Earth》에서 우주유영을 마치고 장갑을 벗으면 손톱 밑이 멍들고 피가 맺혀 있었다고 직접 적었습니다.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우주유영 뒤에, 이런 신체적 대가가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어요. 🎈 장갑이 아니라 풍선을 쥐고 있는 셈 원인은 단순합니다. NASA의 선외활동용 우주복(EMU)은 내부를 진공보다 약 4.3psi 높은 압력으로 유지합니다. 지구 대기압의 약 3분의 1도 안 되는 수치지만, 바깥이 완전한 진공이라는 걸 감안하면 장갑 전체가 팽팽하게 부푼 풍선처럼 변합니다. 손가락을 구부릴 때마다 이 압력차를 이겨내야 하니, 장갑은 손을 감싸는 도구가 아니라 매 순간 손과 씨름하는 저항체에 가까워지는 거죠. 한 번의 선외활동, 그러니까 우주유영은 보통 6~8시간 이어지는데, 그 시간 내내 손끝은 장갑 안쪽 면에 반복적으로 눌리고 쓸립니다. 지문이 흐릿해지거나 아예 사라지는 원인이 바로 여기 있습니다. 피부 표면의 미세한 융선이 마찰과 압박을 오래 버티지 못하고 닳아 없어지는 거예요. 💅 손톱이 통째로 벗겨지는 '조갑박리' 더 심각한 문제는 손톱입니다. 항공우주의학 분야에서는 이 현상을 조갑...

🌌 태양 142개 블랙홀, 우주가 숨겨온 '빠진 고리' 중간질량 블랙홀 GW190521 발견

📑 목차 🕳️ 블랙홀 다큐를 보다가 든 이상한 의문 📡 0.1초짜리 신호, 검출 알고리즘도 헷갈렸다 ⚖️ 85와 142, 이론이 "만들 수 없다"고 한 질량 ❓ HLX-1은 왜 "후보"에 머물렀나 🌌 70억 광년 저편에서 온 소식 🕳️ 블랙홀 다큐를 보다가 든 이상한 의문 몇 년 전 밤에 우주 다큐멘터리를 몰아보다가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은 적이 있다. 블랙홀 얘기가 나올 때마다 등장하는 크기는 딱 두 종류였다. 하나는 태양 몇 배에서 수십 배쯤 되는, 별이 죽으면서 만들어지는 "항성질량 블랙홀". 다른 하나는 은하 한가운데 웅크린 태양 수백만~수십억 배짜리 "초거대질량 블랙홀". 궁금한 건 그 사이였다. 초등학생 몸무게와 대왕고래 몸무게 사이에 아무 동물도 없다고 하면 누가 봐도 이상하지 않은가. 나중에 알고 보니 천문학자들도 똑같은 의문을 품고 있었고, 그 빈틈을 "중간질량 블랙홀(intermediate-mass black hole)"이라 부르며 몇십 년째 찾고 있었다. 2019년 5월 21일, 그 빈틈에 처음으로 확실한 발자국이 찍혔다. 📡 0.1초짜리 신호, 검출 알고리즘도 헷갈렸다 이 신호는 LIGO 핸퍼드, LIGO 리빙스턴, 그리고 이탈리아의 Virgo까지 세 검출기에 동시에 걸렸다. 이름도 검출된 날짜 그대로 중간질량 블랙홀 GW190521 이다. 재밌는 건 신호 자체의 생김새다. 보통 블랙홀 병합 신호는 낮은 진동수에서 시작해 점점 빨라지고 커지는 "치릅(chirp)" 모양으로 몇 초에서 몇십 초씩 이어지는데, 이번 건 딱 0.1초, 눈에 보이는 진동 사이클이 네 번 정도밖에 안 됐다. 그래서 표준 이진 블랙홀 매칭 필터링(matched filtering, 미리 계산해둔 수많은 파형 템플릿과 실제 신호를 대조하는 방식) 파이프라인만으론 애매했고, 노이즈 글리치와 진짜 우주 신호를 구분하기 위해 특정 파형 템플릿에 의존...

🛰️ 목성 트로이 소행성군, 루시가 밝힌 딘키네시 790m와 에우리바테스 64km의 오래된 비밀

📑 목차 🪐 64km와 790m, 같은 궤도에 있다는 이상한 조합 🛰️ 라그랑주점은 배경 설정이 아니라 관측 전략이었다 🌌 니스 모델이 아니라 '점핑 주피터'가 지금 유력하다 🌑 딘키네시의 위성이 증명한 건 '충돌'이 아니라 '동반 성장' 🔭 2027년, 진짜 승부처는 패트로클로스다 🪐 64km와 790m, 같은 궤도에 있다는 이상한 조합 몇 달 전에 목성 트로이 소행성군 뉴스를 챙겨보다가 숫자 하나에 걸려서 한참 멈췄다. 루시 탐사선이 2023년 11월 1일에 스쳐 지나간 소행성 딘키네시(Dinkinesh)는 지름이 겨우 790m다. 서울 남산 정상에서 한강까지 거리 정도밖에 안 된다. 그런데 같은 트로이 무리에 속한 에우리바테스(Eurybates)는 지름 64km, 서울 지하철 2호선 순환선 전체 길이와 비슷하다. 이 둘이 태양-목성 라그랑주점이라는 같은 동네에 몰려 있다는 게 처음엔 잘 실감이 안 났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 크기 차이 자체가 트로이 소행성군의 기원을 푸는 단서였다. 🛰️ 라그랑주점은 배경 설정이 아니라 관측 전략이었다 L4, L5는 목성보다 60도 앞뒤에서 목성과 같은 속도로 태양을 도는 중력 안정 지점이다. 여기까지는 어느 자료에나 나온다. 내가 놓치고 있던 건, 루시 미션의 책임연구자 할 레비슨(Hal Levison, 사우스웨스트연구소)이 애초에 이 미션을 설계할 때 "두 진영을 다 봐야 한다"는 전제를 깔았다는 점이다. L4의 그리스 진영과 L5의 트로이 진영은 이름만 다른 게 아니라 실제로 색깔·밀도 분포가 미묘하게 다르다는 관측이 2010년대부터 쌓여 있었고, 루시는 2021년 10월 16일 발사 후 12년 동안 양쪽 진영을 오가며 최소 7개 천체를 훑도록 궤도가 짜였다. 즉 라그랑주점 설명은 배경지식이 아니라, 왜 하필 이 미션이 태양계 탐사사상 가장 복잡한 스윙바이 경로를 택했는지를 설명하는 근거였다. 🌌 니스 모델이 아니라 '점...

🪐 외계행성 목록에서 딱 그 크기만 빠진 이유 — 미니해왕성 사막(풀턴 갭) 현상 완전정리

📑 목차 🪐 엑셀로 외계행성 목록을 정리하다가 멈칫한 순간 📊 풀턴 갭, 숫자로 보면 이렇다 💨 대기를 벗겨내는 두 가지 범인 🔭 갭 경계에 실제로 걸쳐 있는 행성들 🧩 빈틈이 오히려 말해주는 것 🪐 엑셀로 외계행성 목록을 정리하다가 멈칫한 순간 얼마 전 NASA 외계행성 아카이브에서 확정된 행성 데이터를 통째로 내려받아 반지름 순으로 정렬해본 적이 있다. 지구 반지름의 1.3배쯤 되는 암석형 슈퍼지구들이 쭉 이어지다가, 2.4배 근처부터 미니해왕성 사막 현상 들이 다시 줄줄이 나타난다. 그런데 그 사이, 1.5~2.0 지구반지름 구간만 유독 행 개수가 적었다. 우연이려니 했는데, 찾아보니 이건 2017년에 이미 논문으로 정리된 진짜 패턴이었다. 📊 풀턴 갭, 숫자로 보면 이렇다 캘리포니아-케플러 서베이(CKS) 팀의 벤저민 풀턴이 2017년 발표한 논문에서 케플러 행성 약 2000개의 반지름을 켁 천문대 HIRES 분광 데이터로 다시 정밀 측정했다. 그 결과 반지름 분포가 1.3지구반지름과 2.4지구반지름 근처에 두 개의 봉우리를 갖는 쌍봉 구조로 나타났고, 그 사이 1.8지구반지름 부근에서 행성 발생률이 양쪽 봉우리 대비 절반 이하로 뚝 떨어졌다. 100개 항성당 행성 개수로 환산했을 때 봉우리 구간은 여러 개인데 골짜기 구간은 절반 수준이라는 게 핵심이다. 2018년 반 아일런 연구팀은 케플러 항성 중 지진학적으로 반지름이 정밀하게 알려진 것들만 추려 다시 분석했는데, 이 갭의 위치가 공전 주기에 따라 약하게 이동한다는 걸 확인했다(반지름이 주기의 -0.09~-0.11 제곱에 비례). 이 기울기 하나가 나중에 이론을 가르는 중요한 단서가 됐다. 💨 대기를 벗겨내는 두 가지 범인 이 빈틈을 설명하는 이론은 크게 둘로 갈린다. 하나는 오웬과 우가 제안한 광증발 모델로, 어린 항성이 내뿜는 강한 X선·자외선이 행성 형성 초기 수억 년 안에 수소·헬륨 대기를 우주로 날려버린다는 설명이다. 다른 하나는 긴즈버그·슐리히팅·사리가 2018...

🌌 베일라 펄서 글리치, 12.6초 만에 별이 더 빨리 도는 놀라운 이유와 그 비밀 파헤치기

📑 목차 🌌 12.6초라는 숫자가 이상했다 ⭐ 별 속에 또 다른 별이 돈다 🧮 계산이 안 맞는 지점 🔭 그래서 지금 어디까지 왔나 🌌 12.6초라는 숫자가 이상했다 지난주에 베일라 펄서(Vela pulsar, PSR B0833-45) 펄서 글리치 관측 자료를 정리하다가 한 문장에서 손이 멈췄다. 2016년 12월 12일, 태즈메이니아 마운트 플레전트 천문대의 26미터 전파망원경이 우연히 글리치가 일어나는 순간을 실시간으로 잡아냈는데, 자전 속도가 목표치까지 올라가는 데 걸린 시간이 12.6초 이하였다(Palfreyman 외, 2018, Nature Astronomy). 베일라는 자전주기가 89밀리초, 그러니까 1초에 열한 번 넘게 도는 별이다. 이 별이 순간적으로 더 빨리 돌기 시작하는 그 전환이 채 13초도 안 걸렸다는 뜻이다. 숫자만 보면 "빠르네" 하고 넘어갈 수도 있는데, 문제는 이게 기존 이론이 예측한 시간표와 안 맞는다는 데 있다. ⭐ 별 속에 또 다른 별이 돈다 펄서는 태양보다 무거운 별이 초신성으로 터지고 남은 핵이다. 지름 20킬로미터 안에 태양 질량 1.4배가 눌려 들어가 있다. 이 안쪽 중성자들은 초유체(superfluid) 상태로 존재한다고 본다. 점성이 사실상 0이라 마찰 없이 흐른다. 초유체는 각운동량을 아주 가느다란 소용돌이 다발(vortex line) 형태로만 담을 수 있는데, 이 소용돌이들이 별의 딱딱한 겉껍질(crust) 격자에 들러붙는다. 이게 핀닝(pinning)이다. 바깥 껍질은 전자기 복사로 에너지를 잃으면서 계속 느려진다. 안쪽 초유체는 소용돌이가 껍질에 붙들려 있는 동안은 따라 느려지지 않는다. 두 층 사이 회전 속도 차이가 쌓이다가 임계점을 넘으면 소용돌이들이 한꺼번에 풀려나 바깥으로 미끄러지면서 갇혀 있던 각운동량을 껍질에 넘긴다. 껍질이 갑자기 빨라진다 — 이게 글리치다. 앤더슨과 이토가 1975년에 이 뼈대를 세웠고, 알파르가 1984년 논문에서 소용돌이 이동에 걸리는 시간...

🧤우주비행사 손톱이 벗겨지고 지문이 사라진다는 그 논문, 내가 직접 원문까지 찾아 읽어봤다

📑 목차 🚪 회사 출입 게이트가 나를 못 알아본 날 🏊 NBL, 진짜 문제는 우주가 아니라 수영장이었다 🖐️ 왜 하필 가운데 손가락인가 🔬 지문이 사라지면 벌어지는 진짜 문제 🔐 손끝 하나가 신원이 되는 시대의 허점 🚪 회사 출입 게이트가 나를 못 알아본 날 지난달에 사무실 출입 시스템이 카드에서 지문 인식으로 바뀌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내 검지가 자꾸 인식이 안 됐다. 알고 보니 몇 달 전에 손끝을 좀 심하게 다쳐서 지문 결이 얕아진 탓이었다. 손 하나 다쳤다고 시스템이 나를 남처럼 취급하는 게 묘하게 신경 쓰였는데, 그러다 예전에 읽었던 우주비행사 지문 소실 현상 에 관한 논문 하나가 떠올랐다. 우주비행사들이 훈련 중에 손톱이 벗겨지고 지문이 흐려진다는, 좀 황당하게 들리는 내용이었다. 🏊 NBL, 진짜 문제는 우주가 아니라 수영장이었다 이 문제를 다룬 대표적인 연구가 2010년 《Aviation, Space, and Environmental Medicine》에 실린 Opperman, Waldie, Natapoff, Newman, Jones의 논문이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지점은, 이 부상이 실제 우주유영(EVA) 중이 아니라 지상의 중성부력수조(NBL, Neutral Buoyancy Laboratory) 훈련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발생한다는 거다. NBL은 존슨우주센터에 있는 대형 수영장으로, 우주비행사들이 부력을 이용해 무중력 환경을 흉내 내며 EVA 절차를 반복 훈련하는 곳이다. 메커니즘은 생각보다 단순하다. 가압된 장갑 안에서 손을 계속 쥐었다 폈다 하면, 장갑 자체의 압력 때문에 손가락이 매번 장갑 끝쪽으로 밀리면서 손톱 밑에 미세 출혈(피하혈종)이 반복적으로 쌓인다. 이게 누적되면 손톱이 손톱판에서 들뜨는 '조갑박리증(onycholysis)'으로 이어진다. 한 번의 EVA가 아니라 수십 시간짜리 NBL 훈련 세션이 누적되면서 생기는 문제라, 실제 우주비행보다 지상 훈련 기록에서 더 뚜렷하게 잡힌다는 점이 이 ...

🌌 블랙홀이 울리는 소리, 감쇠 사인파 링다운 중력파로 LIGO가 질량을 알아낸 놀라운 방법

📑 목차 🎸 스펙트로그램을 들여다보다 발견한 단어 🌀 링다운은 정확히 무슨 단계인가 🔭 왜 이 진동에서 질량과 스핀을 뽑아낼 수 있나 ⚖️ 오버톤 검출을 둘러싼 아직 안 끝난 논쟁 ✅ 정리하며 🎸 스펙트로그램을 들여다보다 발견한 단어 작년에 개인적으로 오디오 신호처리를 공부하면서 감쇠 사인파(damped sinusoid) 개념을 다시 들여다볼 일이 있었어요. 기타 줄을 튕기면 소리가 서서히 잦아드는 그 파형이요. 그러다 우연히 LIGO(레이저 간섭계 중력파 관측소) 논문을 하나 읽게 됐는데, 블랙홀 병합 직후 신호를 설명하는 수식이 제가 보던 감쇠 사인파와 형태가 똑같더라고요. 그때 처음으로 " 블랙홀 링다운 중력파 (ringdown)"이라는 용어를 제대로 이해하게 됐습니다. 그냥 비유가 아니라 수학적으로 정말 같은 구조였던 거예요. 🌀 링다운은 정확히 무슨 단계인가 두 블랙홀이 충돌해서 하나로 합쳐지는 과정은 크게 세 단계로 나뉩니다. 서로 나선형으로 접근하는 '인스파이럴(inspiral)', 실제로 부딪히는 '병합(merger)', 그리고 하나가 된 블랙홀이 일그러진 모양에서 완벽한 구(정확히는 커 블랙홀 형태)로 안정화되는 '링다운'입니다. 이 마지막 단계에서 블랙홀은 몇 개의 고유 진동 주파수—전문 용어로 준정규모드(quasinormal mode)—로 떨면서 그 에너지를 중력파로 방출해요. 주파수는 일정한데 진폭은 지수함수적으로 줄어드는, 딱 종을 쳤을 때나 기타 줄을 튕겼을 때 나오는 파형과 동일한 수학적 형태입니다. 🔭 왜 이 진동에서 질량과 스핀을 뽑아낼 수 있나 여기가 핵심인데, 일반상대성이론의 '무모 정리(no-hair theorem)'에 따르면 회전하는 블랙홀(커 블랙홀)은 질량과 스핀, 이 두 숫자만으로 완전히 결정됩니다. 다른 어떤 내부 구조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 그리고 각 준정규모드의 주파수와 감쇠 시간은 오직 이 질량과 ...

🪐 2013년 카시니 T91 근접비행, 타이탄 메탄호수 탐사에서 드러난 이상한 숫자의 정체

📑 목차 🛰️ 위성사진 한 장에 소름 돋았던 이유 🌊 리게이아 해는 거의 순수한 메탄이었다 🔬 크라켄 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 '매직 아일랜드'라는 아직 못 푼 수수께끼 🚀 드래곤플라이가 굳이 셀크 크레이터로 가는 이유 🛰️ 위성사진 한 장에 소름 돋았던 이유 몇 년 전 카시니 탐사선의 레이더 이미지를 처음 봤을 때, 나는 그게 흑백 위성사진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자세히 보니 해안선 모양이 너무 또렷했다. 토성에서 12억 킬로미터 떨어진 위성에, 지구의 오대호보다 큰 호수가 실제로 존재한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았다. 그것도 물이 아니라 액체 메탄과 에탄으로 채워진 호수라니. 문제는 사진만 봐서는 그게 얼마나 깊은지, 무엇으로 이루어졌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는 거다. 그걸 실제 숫자로 확인한 건 레이더 고도계(altimeter) 데이터가 나온 뒤였고, 이 과정 전체가 타이탄 메탄호수 탐사 의 핵심이었다. 🌊 리게이아 해는 거의 순수한 메탄이었다 2013년 카시니가 T91 근접비행 때 리게이아 해(Ligeia Mare) 위를 레이더 고도계로 훑고 지나갔다. 이 데이터를 분석한 마스트로주세페(Mastrogiuseppe) 연구팀이 2014년 *Geophysical Research Letters*에 발표한 논문("The bathymetry of a Titan sea")에서 밝힌 수심은 약 160미터였다. 여기까지는 예상 범위 안이었는데, 진짜 흥미로운 건 액체의 유전율(dielectric constant)을 역산해서 나온 성분비였다. 리게이아 해는 거의 순수한 액체 메탄에 가까웠고, 에탄 비중은 예상보다 훨씬 낮았다. 지구의 강과 호수가 지역마다 염분과 퇴적물 구성이 다르듯, 타이탄의 바다도 저마다 "레시피"가 다르다는 뜻이었다. 이건 타이탄을 하나의 균질한 메탄 행성으로 뭉뚱그려 생각하던 통념을 깨는 결과였다. 🔬 크라켄 해에서는 정반대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2019년 같은 연...

🪐 핫 넵튠 사막이란? 해왕성 크기 외계행성이 유독 드문 이유, 최신 천문학 연구로 살펴보기

📑 목차 🔍 그래프에 뚫린 구멍을 처음 본 날 📉 텅 비었다는 게 정확히 어느 정도냐면 ⏳ 두 개의 시계, 광증발과 코어파워 🪐 생존자가 말해주는 것 — LTT 9779b 🌌 사막을 다시 보면 🔍 그래프에 뚫린 구멍을 처음 본 날 몇 년 전 취미로 외계행성 데이터베이스를 공전주기 순으로 정렬해서 쭉 훑어본 적이 있다. 항성에 아주 가깝게 붙어 도는 목성급 덩치의 '뜨거운 목성'들이 줄줄이 나오고, 그보다 작은 암석형 행성들도 잔뜩 보였다. 그런데 딱 중간 크기, 해왕성만 한 행성들이 공전주기 2~4일 구간에서 거의 안 보였다. 처음엔 관측 장비의 한계인가 싶었는데, 찾아보니 이건 이미 이름까지 붙은 현상이었다. 천문학자들은 이 빈 구간을 ' 핫 넵튜 사막 외계행성 ' 혹은 '넵튜니안 사막'이라고 부른다. 📉 텅 비었다는 게 정확히 어느 정도냐면 막연히 "적다"가 아니라 숫자로 보면 꽤 인상적이다. 2016년 마제(Mazeh), 홀처(Holczer), 파이글러(Faigler)가 케플러 우주망원경 데이터로 약 900개가 넘는 행성 후보를 분석했는데, 공전주기 2~4일 이하에 반지름이 지구의 2~8배인 구간—정확히 해왕성 크기대—에서 예상보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적은 개수만 발견됐다. 주변 구간과 비교하면 그 자리에 있어야 할 행성 수의 10분의 1도 채 안 되는 수준이다. 우연히 안 보인 게 아니라, 뭔가가 그 구간의 행성을 실제로 없애고 있다는 뜻이다. ⏳ 두 개의 시계, 광증발과 코어파워 이걸 설명하는 이론은 크게 두 갈래다. 첫째는 광증발(photoevaporation)이다. 갓 태어난 별은 지금보다 X선과 자외선(XUV) 복사가 100배에서 1000배까지 강하다. 이 복사가 가까이 붙은 행성의 수소·헬륨 대기를 끓여서 날려버리는데, 이 과정은 별이 어리고 활동적인 초기 1억 년 안에 대부분 끝난다. 대기가 얇은 해왕성급 행성이라면 1억~10억 년 사이에 껍질이 거의 다...

🌌 우주에서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지 않는 과학적 이유, 크리스 해드필드 실험 영상으로 확인

📑 목차 😳 유튜브 영상 하나에 완전히 꽂혀버렸다 🌍 지구에서 눈물이 흐르는 진짜 이유 💧 무중력에서는 표면장력이 주인공이 된다 😣 실제로는 꽤 성가신 문제다 🧑‍🚀 우주비행사들은 이렇게 대처한다 😳 유튜브 영상 하나에 완전히 꽂혀버렸다 얼마 전에 크리스 해드필드라는 캐나다 우주비행사가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찍은 영상을 우연히 봤다. 제목이 "Tears in Space (Don't Fall)"였는데, 처음엔 그냥 감성적인 영상인 줄 알았다. 그런데 영상을 보다가 소름이 돋았다. 이 사람이 눈에 물을 넣고 일부러 울어 보이려는 자세를 취하는데, 눈물이 뺨으로 주르륵 흐르는 대신 눈 주위에 동그랗게 맺혀서 안 떨어지는 거다.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니까 그제야 물방울이 둥둥 떠서 날아갔다. 나는 그동안 눈물이 흐르는 게 그냥 눈에서 나오는 액체니까 당연히 흐르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바로 우주에서 눈물이 흐르지 않는 이유 와 관련된 것이었다는 걸 그때 처음 깨달았다. 🌍 지구에서 눈물이 흐르는 진짜 이유 우리가 평소에 눈물을 흘릴 때는 눈물샘에서 나온 눈물이 눈 표면을 적신 뒤 중력에 이끌려 아래로 내려간다. 양이 많아지면 눈꺼풀 경계를 넘어서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거고. 이 과정에서 중력은 너무 당연해서 의식조차 못 하는 역할을 한다. 평소엔 눈물이 코눈물관(비루관)을 통해 코 쪽으로 배출되지만, 눈물의 양이 그 배출 속도보다 많아지면 넘쳐서 흐르게 되는 구조다. 이때 액체를 아래로 당기는 힘이 바로 중력이라는 걸, 나는 이 영상을 보기 전까진 한 번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 무중력에서는 표면장력이 주인공이 된다 ISS 같은 궤도 환경은 정확히는 '무중력'이 아니라 '미세중력(microgravity)' 상태다. 지구를 향해 끊임없이 자유낙하하면서 궤도를 도는 거라, 사람과 물체가 거의 중력을 느끼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이런 환경에서는 중력이 액체를 아래로 당기...

💧우주정거장 우주비행사 눈물이 무중력에서 흐르지 않는 진짜 이유, 크리스 해드필드의 경험담

📑 목차 🎬 다큐멘터리 보다가 멈칫한 장면 💧 눈물이 안 흐르는 건 중력이 아니라 표면장력 때문 😳 크리스 해드필드가 우주에서 눈이 멀었던 순간 😢 우주정거장 안에서 우는 건 또 다른 얘기 🚀 사소해 보이지만 우주 환경 설계의 핵심 힌트 🎬 다큐멘터리 보다가 멈칫한 장면 넷플릭스로 우주정거장 우주비행사 눈물 무중력 현상이 담긴 다큐를 보는데 화면을 몇 번이나 되감았어요. 우주비행사 한 명이 눈이 시려서 눈물이 고였는데, 그게 뺨으로 흘러내리질 않는 거예요. 그냥 눈 주변에 물방울처럼 동그랗게 뭉쳐 있다가 눈을 깜빡일 때마다 조금씩 커지더라고요. 지구에서 눈물은 무조건 아래로 떨어지는 게 당연했는데, 저 장면 하나로 "당연한 것"이 사실은 중력 때문이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 눈물이 안 흐르는 건 중력이 아니라 표면장력 때문 지구에서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건 중력이 표면장력을 이기기 때문이에요. 물의 표면장력은 상온에서 약 72mN/m 정도인데, 지구에서는 이 힘보다 중력이 훨씬 세서 물방울이 아래로 당겨집니다. 그런데 무중력, 정확히는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이 비율이 뒤집혀요. 유체역학에서는 이걸 '본드 수(Bond number)'로 설명하는데, 중력 항이 거의 0에 가까워지면 표면장력이 지배적인 힘이 되면서 액체가 표면적을 최소화하는 형태, 즉 구형으로 뭉치려는 성질만 남습니다. 그래서 눈물도 흐르지 않고 눈 주위에서 점점 커지는 물방울이 되는 거죠. 2013년 NASA 우주비행사 캐런 나이버그가 젖은 수건을 짜는 영상을 공개한 적이 있는데, 물이 수건 표면을 타고 올라가 손 주위로 둥글게 퍼지는 모습이 똑같은 원리예요. 😳 크리스 해드필드가 우주에서 눈이 멀었던 순간 이 소재를 다루면서 가장 신뢰할 만한 출처를 찾다가 크리스 해드필드의 2014년 TED 강연 "What I Learned from Going Blind in Space"를 다시 봤어요. 2013년 국제우주정거장...

🪐트리톤 역행궤도의 비밀, 해왕성 위성이 거꾸로 도는 이유를 숫자로 직접 계산해서 확인해봤다

📑 목차 🧮 화살표 하나 때문에 계산기를 켰다 🌀 반대로 돈다는 게 정확히 뭘 의미하나 ☄️ 카이퍼벨트에서 온 불청객, 포획 시나리오 뜯어보기 ⏳ 조석력 계산, Q값 하나로 억 년 단위가 바뀐다 💍 로슈 한계에 닿으면 벌어질 일 🧮 화살표 하나 때문에 계산기를 켰다 지난달에 별자리 앱으로 해왕성을 찾아보다가 위성 목록에서 이상한 걸 봤다. 다른 위성 아이콘 옆에는 반시계 화살표가 붙어 있는데 트리톤만 시계 방향이었다. 처음엔 앱 버그인 줄 알았다. 그런데 검색해보니 진짜였다. 태양계에서 지름 1000km 넘는 위성 중에 자기 행성 자전 방향과 반대로 도는 건 트리톤이 유일하다. 여기까지는 나도 어디서 주워들은 상식이었는데, 문제는 "왜 하필 트리톤만"이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니 다들 "카이퍼벨트에서 포획됐다"라고만 하고 넘어간다는 거였다. 포획됐다는 게 정확히 무슨 물리적 과정인지, 그리고 언젠가 사라진다는 그 "36억 년 후"라는 숫자가 어디서 나온 건지 직접 따라가 보기로 했다. 🌀 반대로 돈다는 게 정확히 뭘 의미하나 트리톤 역행궤도 의 공전 궤도 경사각은 해왕성 적도 기준 약 157도다. 90도를 넘으면 역행으로 치는데 157도는 거의 정반대에 가깝다. 비교하자면 해왕성의 다른 위성인 프로테우스나 라리사는 경사각이 0도에 가까운 순행 궤도를 돈다. 이게 왜 이상하냐면, 행성과 위성은 보통 같은 가스·먼지 원반에서 같이 뭉쳐 만들어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행성 자전 방향과 같은 쪽으로 돈다. 목성 갈릴레이 위성 4개, 토성 타이탄 다 그렇다. 트리톤처럼 큰 위성이 반대로 돈다는 건 "같이 태어나지 않았다"는 뜻이고, 그래서 외부에서 붙잡혀 왔다는 결론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 카이퍼벨트에서 온 불청객, 포획 시나리오 뜯어보기 여기서부터가 진짜 궁금했던 부분이다. 그냥 지나가던 천체를 해왕성 중력이 잡아챘다고 하기엔 문제가 있다. 단순 2체 문제에서는 에...

🌌 1초 642번 도는 밀리초 펄사, 원자시계보다 정확한 이유

📑 목차 🛰️ GPS 오차 3미터 뒤에 숨은 이상한 사실 ⭐ PSR B1937+21, 1초에 642번 자전하는 별 ⏱️ 세슘 원자시계가 시간이 지나면 틀어지는 이유 🌀 중성자별이 안 흔들리는 진짜 이유는 관성모멘트 🔭 2023년 NANOGrav가 이 정밀도로 찾아낸 것 🛰️ GPS 오차 3미터 뒤에 숨은 이상한 사실 내비게이션 앱을 켜면 내 위치가 오차 3미터 안팎으로 딱 맞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고 살았다. 그런데 이 정확도를 떠받치는 게 원자시계라는 걸 알고 나서, 정작 그 원자시계보다 더 정확하게 시간을 재는 대상이 하늘에 떠 있다는 글을 보고 좀 어리둥절했다. 그것도 인공물이 아니라 죽어가는 별, 펄사(pulsar)라니. 원리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인 물리가 걸려 있었다. ⭐ PSR B1937+21, 1초에 642번 자전하는 별 1982년 도널드 배커(Donald Backer)와 시리니바스 쿨카르니(Shrinivas Kulkarni) 연구팀이 처음 발견한 밀리초 펄사 시계 정확도 의 대표 사례인 PSR B1937+21은 자전 주기가 1.5578밀리초, 그러니까 1초에 약 642바퀴를 돈다. 지름 20km 남짓한 중성자별이 태양 질량의 1.4배에 달하는 물질을 뭉쳐 넣고 이 속도로 돈다는 게 이 별의 정체다. 자전축이 자기극과 어긋나 있어서, 지구에서 보면 등대 불빛처럼 규칙적으로 전파 펄스가 깜빡인다. 이 깜빡임 간격이 놀라울 만큼 일정해서, 관측 장비만 충분히 정밀하면 시계로 쓸 수 있다. ⏱️ 세슘 원자시계가 시간이 지나면 틀어지는 이유 원자시계는 세슘-133 원자가 특정 에너지 준위를 오갈 때 내는 전자기파 진동을 센다. 1초는 이 진동이 정확히 91억 9263만 1770번 일어나는 시간으로 정의돼 있다. 문제는 이 진동수를 측정하는 과정 자체가 환경에 취약하다는 점이다. 원자가 주변 열복사에 노출되면 진동수가 미세하게 밀리는 '흑체복사 편이(BBR shift)'가 생기고, 원자분수 방식에서는 원자들끼리 ...

🚀우주비행사들이 화장실 가기 전 '조준 연습'부터 하는 이유와 우주정거장 화장실 사용법

📑 목차 🎥 훈련 영상에서 변기 모형이 나오길래 멈춰봤다 📏 변기 구멍 크기를 정하려고 사람 몸을 스캔했다 💨 물이 아니라 바람이 모든 걸 끌어당긴다 💧 소변은 커피가 아니라 '식수'가 된다, 그런데 숫자가 계속 바뀐다 🛰️ 결국 화장실 하나에 우주비행의 제약이 다 들어있다 🎥 훈련 영상에서 변기 모형이 나오길래 멈춰봤다 얼마 전 NASA 우주비행사 훈련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이상한 장면에서 멈췄다. 카메라 렌즈가 달린 투명한 변기 모형 앞에 비행사가 앉아 있고, 화면에는 십자선이 떠 있었다. 알고 보니 실제 변기에 들어가기 전 지상에서 '조준 연습'을 하는 훈련 장비였다. 무중력에서는 중력이 알아서 처리해주던 일을 사람이 직접 위치를 맞춰야 하니, 연습 없이는 실전에서 낭패를 본다는 거다. 이걸 보고 나니 궁금해졌다. 대체 우주정거장 화장실 사용법 이 얼마나 정교하게 만들어졌길래 연습까지 필요한 걸까. 📏 변기 구멍 크기를 정하려고 사람 몸을 스캔했다 가장 놀란 건 여기다. 2020년 국제우주정거장에 새로 올라간 변기, UWMS(Universal Waste Management System)를 만든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는 개발 과정에서 실제 비행사들의 신체 데이터를 3D 스캔해서 좌변 구멍과 깔때기 형태를 설계했다. 기존 러시아제 변기가 체형에 안 맞아 불편하다는 비행사 피드백이 오래전부터 있었고, 이번엔 그 데이터를 반영해 구멍을 더 깊고 넓게, 각도도 조정했다고 한다. 화장실 하나 만드는 데 인체공학 연구까지 들어간다는 게 과하다 싶으면서도, 무중력에서는 자세가 조금만 틀어져도 문제가 생기니 이해가 갔다. 개발비는 총 2300만 달러 규모로 알려져 있고, NASA가 스페이스법 협정을 통해 비용 절반가량을 지원했다. 콜린스 쪽에서는 이 설계를 향후 아르테미스 계획의 오리온 캡슐용으로도 재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 물이 아니라 바람이 모든 걸 끌어당긴다 여기서부터가 진짜 공학이다. 지구 변기는 ...

🧊 왜 세레스는 냉동화산이 딱 하나뿐일까 - 돈 탐사선이 찾아낸 옥토 분화구 소금물의 흔적

📑 목차 🔭 NASA 이미지 갤러리에서 우연히 확대해 본 사진 한 장 📄 옥토 분화구와 2020년 네이처 아스트로노미 논문 🌋 냉동화산 아후나 몬스가 딱 하나뿐인 이유 🧊 유로파, 엔셀라두스와 뭐가 다른가 ✨ 이게 왜 신경 쓰이는 발견인가 🔭 NASA 이미지 갤러리에서 우연히 확대해 본 사진 한 장 작년에 소행성 관련 자료를 찾다가 세레스 왜소행성 탐사 자료 중 NASA 이미지 갤러리에서 옥토(Occator) 분화구 사진을 확대해 본 적이 있다. 분화구 한가운데 유독 하얗게 빛나는 점 두 개가 있었는데, 처음엔 카메라 노출 문제로 생긴 반사광인 줄 알았다. 알고 보니 그게 반사광이 아니라 탄산나트륨 결정이었고, 그 결정이 왜 거기 있는지를 추적한 게 돈(Dawn) 탐사선의 마지막 임무였다. 세레스는 화성과 목성 사이 소행성대에 있는 유일한 왜소행성이고, 지름은 약 940km로 소행성대 전체 질량의 3분의 1을 차지한다. 돈 탐사선은 2015년부터 2018년까지 세레스를 공전하며 자료를 보냈고, 임무 마지막 해에는 고도 35km까지 내려가 정밀 관측을 했다. 📄 옥토 분화구와 2020년 네이처 아스트로노미 논문 앞서 말한 하얀 점의 정체는 De Sanctis 연구팀이 2020년 Nature Astronomy에 발표한 논문("Fresh emplacement of hydrated sodium chloride on Ceres from ascending salty fluids", Nature Astronomy 4권, 786-793쪽)에서 자세히 다뤄졌다. 이 팀은 세레아리아 파쿨라(Cerealia Facula)의 염화나트륨 수화물이 형성된 지 지질학적으로 매우 최근이라는 걸 분광 데이터로 확인했다. 같은 호에 실린 Raymond 연구팀의 논문("Impact-driven mobilization of deep crustal brines on dwarf planet Ceres", Nature Astronomy 4권, ...

🌀 펄서 글리치 12.6초의 비밀, 초유체 모델의 한계

📑 목차 🌌 12.6초 만에 일어난 사건 🍜 팽이가 아니라 국수 가락: 초유체 핀닝 모델 📉 계산이 어긋나기 시작한 지점 ⚖️ 동조효과가 불러온 '관성모멘트 위기' 🔭 그래서 지금은 어디까지 왔나 🌌 12.6초 만에 일어난 사건 얼마 전 베라 펄서(PSR B0833-45) 관련 논문을 찾아보다가 숫자 하나에 눈이 멈췄습니다. 2016년 12월 호주 UTMOST 전파망원경이 이 펄서를 실시간으로 관측하던 중 펄서 글리치 가 일어났는데, 자전 속도가 빨라지는 데 걸린 시간이 12.6초보다 짧았다는 겁니다(Palfreyman et al., 2018, Nature). 89밀리초에 한 번씩 도는 별이, 그 자전 주기의 수백 배도 안 되는 시간 안에 속도를 바꿔버린 거죠. 이 정도면 "갑자기"라는 말도 사치스럽습니다. 그런데 정작 이 현상을 설명한다는 초유체 모델을 들여다볼수록, 설명이 딱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 팽이가 아니라 국수 가락: 초유체 핀닝 모델 중성자별은 겉은 단단한 지각, 속은 중성자로 가득한 액체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 내부 중성자 유체는 절대영도에 가까운 온도와 엄청난 압력 때문에 마찰이 없는 '초유체' 상태로 존재한다고 봅니다. 초유체는 통째로 돌지 않고 수많은 미세한 소용돌이(양자 소용돌이) 다발로 회전을 나눠 가지는데, 이 소용돌이들이 지각의 격자 구조에 걸려 잠깐씩 멈춰 있다가 한꺼번에 풀려나면서 각운동량을 지각에 넘긴다는 게 핀닝(pinning) 모델의 골자입니다. 팽이가 서서히 느려지는 게 아니라, 안쪽 팽이(초유체)는 계속 빠르게 돌고 있는데 바깥쪽 팽이(지각)만 전파 관측으로 느려지는 게 보이다가, 어느 순간 둘이 다시 맞물리면서 바깥쪽이 툭 튀어 오르는 셈입니다. 📉 계산이 어긋나기 시작한 지점 여기까지는 1975년 앤더슨과 이차로프스키가 제안한 이후 표준 교과서에 실릴 만큼 자리 잡은 설명입니다. 문제는 이 모델이 실제 베라 펄서의...

🧤우주비행사 손톱이 빠지는 진짜 이유, EMU 우주복 장갑 4.3psi 압력 안에서 벌어지는 일

📑 목차 🧤 우주복 장갑 피팅 영상 자막에서 멈칫했던 순간 📊 손가락 하나에 쏠리는 4.3psi, 숫자로 보면 이렇다 🚀 2019년 3월, 이 문제가 실제로 우주유영 일정을 바꿨다 🛠️ NASA가 내놓은 대책은 의외로 실용적이다 ✨ 사소해 보이는 부위가 임무 전체를 흔들 수 있다는 것 🧤 우주복 장갑 피팅 영상 자막에서 멈칫했던 순간 며칠 전 NASA가 공개한 EMU(Extravehicular Mobility Unit, 선외활동용 우주복) 장갑 피팅 훈련 영상을 보다가 화면 하단에 스치듯 지나가는 자막 한 줄에 멈칫했다. 훈련생의 손가락 치수를 재는 장면이었는데, "글러브 피팅 부적합 시 손톱 손상 위험 증가"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손톱이 우주복 장갑 사이즈랑 무슨 상관이지 싶어서 찾아보기 시작했는데, 파다 보니 생각보다 훨씬 구체적이고 오래된 문제였다. 📊 손가락 하나에 쏠리는 4.3psi, 숫자로 보면 이렇다 우주선 밖은 사실상 진공이고, 우주복 내부는 사람이 숨 쉴 수 있게 약 4.3psi(대기압의 약 3분의 1 수준)로 가압되어 있다. 이 압력차 때문에 장갑은 풍선처럼 팽팽하게 부풀려는 성질을 갖는데, 손가락을 굽히려면 이 팽창하려는 힘을 매번 이겨내야 한다. 문제는 장갑 끝 손가락 골무 부분이 손톱 끝과 딱 맞지 않으면, 손가락을 굽힐 때마다 손톱 끝이 장갑 안쪽 벽에 반복적으로 눌리고 부딪힌다는 점이다. 존슨우주센터 소속 의사였던 데이비드 윌리엄스(David Williams)가 이끈 연구팀이 2000년대 초반 훈련 데이터를 분석해 발표한 논문에서는, 중성부력수조(NBL)에서 EVA 훈련을 받은 대원 중 약 5명 중 1명꼴로 손톱 박리(onycholysis) 증상을 경험했다고 보고했다. 압력 수치 하나만 덩그러니 있는 게 아니라, 실제로 훈련생 다섯 명 중 한 명이 손톱을 잃거나 손상당했다는 뜻이다. 심한 경우 손톱이 통째로 들뜨거나 빠져서, 훈련 전 아예 손톱을 짧게 깎거나 손톱 밑에 패딩을 덧대는 대원도 있...

🌌 LIGO도 LISA도 놓친 중간질량 블랙홀, 중력파 사냥꾼들이 쫓는 '잃어버린 고리'의 정체

📑 목차 🕳️ 블랙홀에도 '중간'이 있다는 게 낯설었다 📡 LIGO와 LISA 사이, 아무도 못 듣는 주파수 대역 ⚡ GW190521, 있어서는 안 될 질량의 블랙홀 ⭐ 오메가 센타우리에서 나온 또 다른 단서 🔭 진짜 사냥은 이제부터 시작 🕳️ 블랙홀에도 '중간'이 있다는 게 낯설었다 얼마 전에 중력파 뉴스를 찾아보다가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어요. 우리가 아는 블랙홀은 크게 두 종류예요. 태양보다 몇 배에서 수십 배 무거운 별이 죽으면서 남기는 항성질량 블랙홀, 그리고 은하 중심에 자리 잡은 태양 수백만~수십억 배짜리 초거대질량 블랙홀. 근데 이 둘 사이, 그러니까 태양 질량 100배에서 10만 배쯤 되는 구간은 거의 텅 비어 있더라고요. 이론적으로는 당연히 있어야 하는데 관측 증거가 너무 부족한 거예요. 천문학자들은 이걸 ' 중간질량 블랙홀 중력파 ' 연구의 핵심인 중간질량 블랙홀(IMBH)이라고 부르면서 몇 년째 쫓고 있는데, 왜 이렇게 찾기가 어려운지 파다 보니 생각보다 재밌는 이야기가 많았습니다. 📡 LIGO와 LISA 사이, 아무도 못 듣는 주파수 대역 가장 큰 이유는 검출기마다 '귀'가 다르다는 거예요. 지상에 있는 LIGO나 Virgo는 수십~수천 헤르츠 대역의 중력파를 듣는데, 이건 항성질량 블랙홀끼리 부딪힐 때 나오는 소리예요. 반대로 아직 발사 전인 우주 검출기 LISA는 밀리헤르츠, 그러니까 훨씬 낮은 주파수를 노리도록 설계됐고 이건 초거대질량 블랙홀 병합용이에요. 문제는 중간질량 블랙홀이 내는 중력파가 딱 이 두 대역 사이, 데시헤르츠(0.1~10Hz) 근처에 걸쳐 있다는 거죠. LIGO한테는 너무 낮은 음이고 LISA한테는 너무 높은 음이라 둘 다 제대로 못 잡는 셈이에요. 이 틈새를 메우려고 나온 게 일본의 데시고(DECIGO) 구상이나, 지상에 새로 지을 아인슈타인 망원경(Einstein Telescope) 같은 차세대 시설들입니다. ⚡ GW190521, ...

🪐 루시가 2027년 만날 목성 트로이 소행성군의 정체

📑 목차 🪐 목성 궤도에 이런 게 숨어있는 줄 몰랐다 ⚖️ 라그랑주 포인트, 목성의 중력 그늘 🌑 반사율 4~7%, 왜 '화석'이라 부르나 🔄 니스 모델: 목성과 토성이 공명을 지나던 순간 🚀 2027년부터, 그리고 그 이름에 대하여 🪐 목성 궤도에 이런 게 숨어있는 줄 몰랐다 얼마 전 태양계 그림을 다시 들여다보다가 목성 궤도 앞뒤로 점이 잔뜩 찍혀 있는 걸 봤다. 소행성대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목성이 태양을 도는 궤도를 정확히 같이 따라가면서, 목성보다 60도 앞과 60도 뒤에 몰려 있는 소행성 무리였다. 이름은 '트로이 소행성군'. 지금까지 확인된 것만 1만 2000개가 넘는다. 2021년 발사된 NASA의 루시 미션 목성 트로이 소행성군 탐사 계획에 따라 루시 탐사선이 2027년부터 이 무리를 차례로 찾아간다는 걸 알고 나서, 대체 이게 뭐길래 12년짜리 임무를 걸었나 궁금해졌다. ⚖️ 라그랑주 포인트, 목성의 중력 그늘 트로이 소행성들이 몰려 있는 자리는 L4, L5라고 부르는 라그랑주 포인트다. 태양과 목성의 중력이 절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지점이라, 여기 들어온 천체는 목성한테 잡아먹히지도 밀려나지도 않고 목성과 같은 속도로 태양을 계속 돈다. 앞쪽(L4)과 뒤쪽(L5)에 각각 한 무리씩, 마치 목성을 호위하는 두 부대처럼 퍼져 있다. 루시는 이 두 무리를 모두 들를 계획이라 궤도가 상당히 복잡하다. 2027년 8월 에우리바테스(Eurybates)를 시작으로 폴리멜레, 레우코스, 오루스를 차례로 지나고, 2033년 3월에는 L5 무리에 있는 이중 소행성 파트로클루스-메노이티우스까지 방문한다. 🌑 반사율 4~7%, 왜 '화석'이라 부르나 트로이 소행성들이 특별 취급받는 이유는 단순히 위치 때문만이 아니다. 이들 대부분은 D형과 P형으로 분류되는데, 반사율(알베도)이 0.04~0.07 수준이다. 숯덩이보다 살짝 밝은 정도라고 보면 된다. 게다가 가시광선 영역에서는 스펙트럼이 붉은 ...

💎 태양도 식으면 다이아몬드가 될까? 50억 년 후 백색왜성 결정화의 놀라운 비밀 파헤치기

📑 목차 ☀️ 태양의 마지막 모습이 궁금해졌다 ❄️ 결정화라는 건 사실 얼음이 어는 것과 비슷하다 💎 다이아몬드라는 표현은 절반만 맞다 🛰️ 가이아 위성이 실제로 이걸 관측했다 ⏳ 그래서 태양의 core는 얼마나 버틸까 ☀️ 태양의 마지막 모습이 궁금해졌다 밤하늘을 보다가 문득 이상한 생각이 들 때가 있어요. 지금 우리를 비추는 이 태양도 언젠가는 꺼진다는 사실. 약 50억 년 뒤 태양은 부풀어 올라 적색거성이 됐다가, 바깥층을 다 날려버리고 탄소와 산소로 된 core만 남긴 채 식어가는 백색왜성이 됩니다. 그런데 그 core가 식는 과정에서 백색왜성 결정화 가 일어난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는 좀 낯설었어요. 별의 내부가 굳는다니, 그것도 보석처럼 결정 구조를 이룬다니 말이죠. 이게 정확히 무슨 뜻인지 파고들어 보니, 흔히 알려진 "다이아몬드 별" 이야기보다 훨씬 미묘한 물리가 숨어 있더라고요. ❄️ 결정화라는 건 사실 얼음이 어는 것과 비슷하다 백색왜성 내부는 축퇴된 전자 바다 속에 탄소와 산소 원자핵이 둥둥 떠 있는 플라즈마 상태예요. 별이 식으면서 온도가 떨어지면, 이 원자핵들 사이의 전기적 반발력(쿨롱 힘)이 열운동 에너지보다 상대적으로 커집니다. 물리학자들은 이 정도를 감마(Γ)라는 값으로 표현하는데, Γ가 약 175를 넘으면 원자핵들이 무작위로 움직이던 액체 상태에서 벗어나 규칙적인 격자 구조로 자리를 잡아요. 물이 얼음이 되는 상전이와 원리적으로 똑같습니다. 다만 물은 0도에서 얼지만, 백색왜성은 수백만 도에서 "얼어요". 그리고 이 상전이는 잠열을 방출하기 때문에, 별이 식는 속도를 늦추는 효과를 냅니다. 💎 다이아몬드라는 표현은 절반만 맞다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 싶은 게 있어요. 언론에서 "백색왜성이 거대한 다이아몬드가 됐다"는 식으로 소개할 때가 많은데, 엄밀히 말하면 정확한 비유는 아니에요. 다이아몬드는 탄소 원자가 정사면체 공유결합으로 이루어진 결정이지만, 백색...

🚽 국제우주정거장 화장실 작동 원리, 물 없이 바람으로 우주비행사 배설물을 처리하는 놀라운 방법

📑 목차 🛰️ 즈베즈다에서 새어 나온 것 🆕 하필 그 시기에 새 변기가 도착했다 💨 물이 아니라 바람이 씻어낸다 💧 소변이 다시 마실 물이 되기까지 🔥 고체 폐기물은 그냥 태워버린다 🛰️ 즈베즈다에서 새어 나온 것 몇 년 전 뉴스를 뒤적이다가 낯선 헤드라인 하나에 눈이 멈췄다. 2020년 가을, 국제우주정거장 러시아 구역인 즈베즈다 모듈 화장실에서 액체가 새고 있다는 인테르팍스(Interfax)발 기사였다. 우주비행사들이 배관 틈으로 흘러나온 물방울을 수건으로 닦아내며 버텼고, 소유즈로 지구에 돌아올 때는 성인용 기저귀 같은 걸 착용해야 했다는 내용이었다. 이게 농담이 아니라 로스코스모스 관계자가 실제로 언급한 내용이라는 걸 알고 나서, 우주 화장실이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정교하고 까다로운 장치라는 걸 처음 실감했다. 그날 이후로 나는 우주정거장 화장실 작동 원리 가 궁금해서 자료를 파고들기 시작했다. 🆕 하필 그 시기에 새 변기가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에 미국 쪽에서는 완전히 새로운 화장실을 궤도로 쏘아 올리고 있었다. 2020년 10월, 노스럽그루먼의 시그너스 화물선(NG-14 임무)에 실려 도착한 이 장비의 이름은 UWMS(Universal Waste Management System)다. 콜린스 에어로스페이스가 개발을 맡았고, 개발비만 약 2300만 달러가 들었다는 사실이 당시 여러 매체를 통해 보도됐다. 티타늄 소재를 3D 프린팅해서 만든 부품들로 구성됐고, 기존 화장실보다 부피는 30%, 무게는 65% 줄었다. 도착하자마자 케이트 루빈스가 가장 먼저 이 변기를 시험 사용해보고 소감을 남긴 것도 당시 화제였다. 💨 물이 아니라 바람이 씻어낸다 지구에서 변기 물을 내릴 때는 중력이 절반 이상의 일을 한다. 그런데 무중력 공간에서는 액체도 고체도 그냥 둥둥 떠다닐 뿐 아래로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UWMS는 물 대신 공기 흡입을 쓴다. 좌변기 아래쪽에 달린 팬이 강한 흡입 기류를 만들고, 이 기류가 배설물을 관 속으로...

🕳️ 블랙홀에 빠지면 정말 국수처럼 늘어질까? 스파게티화 현상의 진실

📑 목차 🌌 별이 통째로 삼켜지기도 한다는 걸 알고 나서 🍝 스파게티화, 정확히는 '중력의 기울기' 문제 🏃 태양질량 10배 블랙홀: 반지름 30km, 마라톤 코스보다 짧은 거리 안에서 결판난다 🕳️ 궁수자리 A*: 지평선을 지나도 아무 일도 안 일어난다 🔭 진짜 반전: '힐스 질량'을 넘으면 관측조차 안 된다 🌌 별이 통째로 삼켜지기도 한다는 걸 알고 나서 며칠 전에 블랙홀 관련 논문을 뒤적이다가 좀 머쓱해졌다. 나는 지금까지 "블랙홀에 빠지면 무조건 국수처럼 늘어나다 죽는다"고 막연히 생각해왔는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 어떤 블랙홀은 별을 찢어발기지만, 어떤 블랙홀은 별을 통째로 그냥 삼켜버린다. 겉보기엔 둘 다 무섭지만, 물리학적으로는 완전히 다른 사건이다. 이 차이를 만드는 기준에 이름까지 붙어 있다는 걸 알고 나니 재미가 붙었다. 🍝 스파게티화, 정확히는 '중력의 기울기' 문제 조석력이라는 말이 어렵게 들리지만 사실 원리는 단순하다. 블랙홀에 발부터 떨어진다고 하면, 발은 머리보다 블랙홀에 더 가깝다. 더 가까운 만큼 발이 받는 중력이 머리가 받는 중력보다 세다. 이 힘의 '차이'가 몸을 앞뒤로 잡아당기면서 늘리는 게 블랙홀 스파게티화 현상 이다. 그리고 이 차이는 블랙홀까지 거리의 세제곱에 반비례해서 커진다. 거리가 절반으로 줄면 잡아당기는 힘은 8배로 뛴다는 뜻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지점이 나온다. 사건의 지평선 반지름(슈바르츠실트 반지름)은 블랙홀 질량에 비례해서 커지는데, 지평선에서의 조석력은 질량의 제곱에 반비례해서 작아진다. 그러니까 블랙홀이 무거워질수록 지평선 자체는 멀어지는데, 그 지평선에서 느껴지는 잡아당기는 힘은 오히려 훨씬 약해진다. 이 자체는 이미 다큐멘터리에서 많이 다룬 내용이라 새로울 게 없다. 진짜 흥미로운 건 이 차이가 얼마나 극단적으로 벌어지느냐다. 🏃 태양질량 10배 블랙홀: 반지름 3...

🪐 해왕성 위성 트리톤은 왜 태양계에서 유일하게 거꾸로 도는 역행궤도를 그리게 됐을까, 우주의 미스터리

📑 목차 🔭 태양계 위성 목록을 훑다가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위성이 아니라는 증거들 💫 아그노어와 해밀턴이 내놓은 쌍성 포획 시나리오 ⏳ 조석력에 갉아먹히는 궤도, 그 끝은 36억 년 뒤 🛰️ 보이저 2호가 스쳐 지나간 자리에 남은 숙제 🔭 태양계 위성 목록을 훑다가 뭔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얼마 전에 해왕성 관련 자료를 뒤적이다가 위성 궤도 방향을 정리한 표를 보게 됐다. 태양계 안의 크고 작은 위성들은 거의 다 자기 행성이 자전하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공전한다. 그런데 트리톤 한 줄만 방향이 반대로 표시돼 있었다. 처음엔 오타인 줄 알았다. 목성의 갈릴레이 위성 넷도, 토성의 타이탄도 다 순행인데 해왕성에서 제일 큰 위성만 역행이라니, 이게 우연히 그렇게 됐을 리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찾아보니 이건 태양계 전체를 통틀어도 드문 경우였다. 지름 100km 넘는 위성 중에 역행 공전을 하는 건 트리톤 역행궤도 가 유일하다. 목성이나 토성에도 역행 위성이 몇 개 있긴 한데 다 소행성 크기의 자잘한 천체들이고, 트리톤처럼 지름 2,700km급의 덩치 큰 천체가 거꾸로 도는 사례는 없다. 뭔가 태어날 때부터 이랬던 게 아니라 나중에 끼어들어온 천체라는 뜻 같았다. 🪨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위성이 아니라는 증거들 트리톤의 밀도는 2.061g/cm³로, 얼음보다는 암석에 가까운 값이다. 해왕성 주변에서 태어난 위성이라면 얼음질 비중이 훨씬 높아야 정상인데, 트리톤은 명왕성(밀도 약 1.85g/cm³)보다도 오히려 밀도가 높다. 표면 성분도 질소 얼음과 메탄 얼음 위주라 카이퍼벨트 천체들과 판박이다. 게다가 궤도 이심률은 0.000016으로 거의 완벽한 원인데, 이게 역설적으로 트리톤이 원래 이 자리 출신이 아니었다는 걸 뒷받침한다. 포획 직후에는 궤도가 심하게 찌그러져 있었을 텐데, 오랜 세월 조석력에 눌려 지금처럼 둥글게 다듬어졌다고 보는 게 더 그럴듯하기 때문이다. 즉 트리톤은 해왕성이 태어날 때부터 데리고...

🧲 마그네타 자기장 세기, MRI 검사실에서 실감한 지구 자기장 100조 배 차이 숫자로 보기

📑 목차 ⌚ MRI 검사실에서 시계를 풀며 든 생각 🧲 지구 자기장, MRI, 마그네타 — 숫자로 줄 세워보면 💥 별 껍질이 갈라지는 순간, 스타퀘이크 🌌 5만 광년 밖 사건이 지구 대기를 흔들다 ✨ 왜 이 별이 특별하게 느껴졌나 ⌚ MRI 검사실에서 시계를 풀며 든 생각 작년에 무릎이 안 좋아서 MRI를 찍으러 간 적이 있다. 탈의실에서 시계, 벨트, 카드 든 지갑까지 전부 빼라는 안내를 받았는데, 간호사가 "기계 자석이 워낙 세서 카드 마그네틱이 다 날아간다"고 한마디 덧붙였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예전에 읽었던 '마그네타(magnetar)'라는 별 이름이 떠올랐다. 병원 MRI 자기장이 보통 1.5~3테슬라 정도인데, 이것만으로도 지갑을 통째로 못 들고 들어가게 막을 정도다. 그런데 마그네타의 자기장은 이 MRI보다도 자릿수 자체가 다르다는 걸 다시 떠올리고 나니, 검사대에 누워서도 계속 그 숫자만 생각났다. 🧲 지구 자기장, MRI, 마그네타 — 숫자로 줄 세워보면 지구 표면 자기장은 위치마다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0.25~0.65가우스, 흔히 약 0.5가우스로 잡는다. 병원 MRI는 보통 1.5~3테슬라인데, 1테슬라가 1만 가우스이므로 환산하면 대략 1만5000~3만 가우스 수준이다. 이 정도만 해도 이미 지구보다 수만 배 강하다. 여기서 마그네타 차례다. 마그네타 자기장 세기 는 10의 14제곱에서 10의 15제곱 가우스, 즉 100조에서 1000조 가우스 사이로 추정된다. 이는 천문학자 로버트 던컨과 크리스토퍼 톰슨이 1992년 처음 이론적으로 제시한 값이고, 이후 관측 데이터로 뒷받침됐다. 지구 자기장과 비교하면 대략 200조 배에서 2000조 배, 병원 MRI와 비교해도 수십억 배 차이가 난다. 숫자만 나열해도 어지럽지만, 이쯤 되면 지구와 마그네타를 같은 '자석'이라는 단어로 불러도 되는 건지 헷갈릴 정도다. 💥 별 껍질이 갈라지는 순간, 스타퀘이크 마그네타는 중성자별의 ...

🚀우주비행사들이 기저귀를 차고 지구로 돌아온 날, 우주정거장 화장실 사용법의 숨겨진 진짜 역사

📑 목차 🚽 20시간 동안 화장실을 못 썼다는 얘기 🧪 소변이 새는 게 아니라 배관이 막히는 거였다 ⚖️ 이중화 설계를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다 🌍 지상에서는 아무리 테스트해도 못 잡는 결함이 있다 🔧 결국 화장실은 소모품으로 관리한다 🚽 20시간 동안 화장실을 못 썼다는 얘기 2022년 5월, 국제우주정거장에 176일 머물렀던 크루-3 우주비행사 네 명이 지구로 돌아오는 길에 화장실을 아예 못 썼다. 스페이스X 드래건 캡슐 '인듀어런스'가 도킹을 풀고 나서 기상 문제로 예정보다 늦게, 거의 20시간 가까이 걸려 대서양에 착수했는데 그 시간 내내 기저귀, 정확히는 나사가 '최대 흡수 의류(MAG)'라고 부르는 성인용 흡수 팬티를 입고 버텼다. Ars Technica 기자 에릭 버거가 이 사실을 전하면서 나온 이유가 흥미로웠다. 캡슐 화장실 배관 접합부가 떨어져 나가서 소변이 바닥 패널 아래 전자장비 구역으로 샐 수 있다는 게 다른 캡슐 점검 중 뒤늦게 발견됐고, 이미 궤도에 있던 크루-3의 캡슐도 같은 결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아예 우주정거장 화장실 사용법 자체를 금지시킨 거였다. 이 소식을 처음 봤을 때 든 생각은 '왜 하필 화장실이 계속 말썽이지'였다. 🧪 소변이 새는 게 아니라 배관이 막히는 거였다 사실 우주정거장 화장실 결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8년에는 국제우주정거장의 러시아제 화장실 펌프가 고장 나서 셔틀 디스커버리(STS-124) 발사 직전까지 나사와 러시아연방우주공사가 예비 부품을 급하게 실어 보낸 적이 있다. 원인은 분리 펌프 안에서 칼슘 성분이 결정으로 굳어 관을 막아버린 것. 단순 부품 불량이 아니라 소변 자체의 화학적 특성 때문에 반복되는 문제라는 게 핵심이다. 미세중력에서는 중력으로 액체와 기체를 분리할 수 없으니 공기 흐름으로 소변을 빨아들이는 방식을 쓰는데, 이 과정에서 요산과 칼슘염이 좁은 관 벽에 조금씩 눌어붙는다. 지상 화장실처럼 물로 ...

🌌 트리톤 얼음화산의 비밀, 해왕성 위성이 거꾸로 도는 진짜 이유와 놀라운 사실 완벽 총정리

📑 목차 🌙 밤하늘 앱을 켜다가 낯선 위성 이름에 멈췄다 🪐 트리톤은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위성이 아니었다 🔥 포획된 위성이라 더 뜨거웠다 📸 보이저 2호가 남긴 까만 줄무늬 🚀 다시 트리톤으로 갈 수 있을까, 트라이던트 🌙 밤하늘 앱을 켜다가 낯선 위성 이름에 멈췄다 요즘 밤에 잠이 안 올 때 스텔라리움 같은 별자리 앱을 켜놓고 이것저것 눌러보는 버릇이 생겼다. 태양계를 확대해 들어가다가 해왕성 옆에 붙어있는 위성 이름을 눌렀는데, 트리톤이라고 떴다. 처음엔 그냥 "해왕성한테도 위성이 있구나" 정도로 넘기려 했는데, 설명을 읽다가 이상한 문장을 봤다. 이 위성은 해왕성이 도는 방향과 반대로 돈다는 거였다. 태양계에 있는 큰 위성 중에 이렇게 거꾸로 도는 건 트리톤이 유일하다고 한다. 게다가 그 표면엔 지금도 가스와 먼지를 뿜어내는 간헐천 같은 게 있다고 했다. 궁금해져서 좀 더 파봤다. 🪐 트리톤은 원래 이 자리에 있던 위성이 아니었다 역행 궤도가 왜 중요하냐면, 이게 트리톤의 출신을 알려주는 단서이기 때문이다. 행성이 만들어질 때 그 주변에서 같이 생겨난 위성이라면 보통 행성이 도는 방향과 같은 방향으로 돈다. 반대로 도는 위성은 나중에 어디선가 굴러들어와 붙잡힌 경우로 본다. 트리톤도 그런 경우다. 크기와 밀도, 표면 성분을 보면 지금 명왕성이 있는 카이퍼 벨트 쪽에서 만들어진 천체와 닮았다. 원래는 해왕성 주변이 아니라 훨씬 먼 얼음 천체 무리에서 태어났다가, 어느 시점에 해왕성 중력에 붙잡혀 지금 자리로 끌려왔다는 이야기다. 이 포획 과정을 설명하는 시나리오 중 꽤 알려진 게 2006년 크레이그 애그너와 더글러스 해밀턴이 네이처에 낸 논문이다. 이들은 트리톤이 혼자 떠돌던 천체가 아니라 카이퍼 벨트에 흔한 쌍성, 그러니까 짝을 이룬 두 천체 중 하나였을 가능성을 계산했다. 쌍성이 해왕성 옆을 지나가다 한쪽은 튕겨나가고 트리톤만 해왕성 중력에 붙들렸다는 것이다. 단독 천체가 행성 중력에 딱 붙잡혀 안정된 궤도에 ...

🪐TRAPPIST-1e에는 정말 물이 있을까 — JWST도 아직 명확히 답하지 못하는 이유

📑 목차 🔭 우연히 다시 마주친 이름, TRAPPIST-1e 🪐 TRAPPIST-1e는 정확히 뭐가 특별한가 🛰️ JWST가 먼저 들여다본 건 이웃 행성들이었다 🌫️ 그런데 e는 훨씬 다루기 까다로운 대상이다 📝 지금 시점에서 정리하면 ```html 🔭 우연히 다시 마주친 이름, TRAPPIST-1e 며칠 전에 오래된 즐겨찾기 폴더를 정리하다가 2017년에 저장해둔 NASA 보도자료 링크 하나를 다시 열어봤다. "지구 닮은 행성 7개, 한 별 주위에서 무더기로 발견"이라는 제목이었다. 그때는 그냥 신기하다고만 생각하고 넘어갔는데, 최근에 제임스웹우주망원경(JWST) 관련 논문 몇 개를 훑어보다가 그 7개 행성 중 하나인 TRAPPIST-1e 이름을 다시 보게 됐다. 막상 "그래서 지금 결론이 뭔데?"를 찾아보니 생각보다 답이 깔끔하지 않았다. 그 답답함을 정리해보려고 이 글을 쓴다. 🪐 TRAPPIST-1e는 정확히 뭐가 특별한가 TRAPPIST-1은 지구에서 약 40광년 떨어진 물병자리 방향의 초저온 왜성(ultra-cool dwarf, 분광형 M8V)이다. 벨기에 리에주대의 미카엘 질롱(Michaël Gillon) 연구팀이 2016년에 처음 3개 행성을 발견했고, 2017년 Nature에 발표한 후속 논문에서 총 7개 행성이 확인됐다. 이 중 e는 안쪽에서 네 번째 행성으로, 반지름이 지구의 약 0.92배, 질량은 약 0.69배다. 밀도로 추정한 내부 구조도 지구와 비슷한 암석질+철핵 조합에 가깝다는 게 지금까지 나온 추정치다. 공전주기는 6.1일로 매우 짧지만, 별 자체가 워낙 어둡고 차가운 적색왜성이라 이 정도 거리에서도 이론상 '생명체 거주 가능 영역' 안에 든다. 🛰️ JWST가 먼저 들여다본 건 이웃 행성들이었다 e 얘기를 하기 전에 먼저 짚어야 할 게 있다. JWST가 TRAPPIST-1 행성계에서 가장 먼저 구체적인 숫자를 내놓은 건 e가 아니라 더 안쪽에 있는 b와...

🪐 목성 대적점 크기 변화, 140년치 관측 숫자를 직접 정리하며 알게 된 놀라운 사실들 정리

📑 목차 📊 엑셀에 목성 지름 숫자를 옮겨 적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 200년 치 기록을 늘어놓으면 이렇게 된다 📉 줄어드는 속도 자체가 일정하지 않다는 게 더 흥미로웠다 🔍 세 가지 원인 중에서 나는 '깎여 나간다' 쪽에 더 무게를 둔다 🌀 그래서 대적점은 사라질까 📊 엑셀에 목성 지름 숫자를 옮겨 적다가 이상한 걸 발견했다 작년에 천문 동호회 게시판에서 대적점 관련 스레드를 읽다가, 사람들이 인용하는 크기 숫자가 글마다 조금씩 다르다는 걸 알아챘다. 어떤 글은 4만 킬로미터라 하고, 어떤 글은 2만 킬로미터가 안 된다고 했다. 궁금해서 직접 연도별로 표를 만들어봤다. 결과는 예상보다 훨씬 가파른 그래프였다. 🪐 200년 치 기록을 늘어놓으면 이렇게 된다 1879년, 지구 관측자들이 대적점의 긴 지름을 처음으로 신뢰할 만하게 측정했을 때 나온 값이 대략 4만 1천 킬로미터였다. NASA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행성과학자 에이미 사이먼(Amy Simon) 연구팀이 2018년 The Astronomical Journal에 발표한 논문 "Historical and Contemporary Trends in the Size of Jupiter's Great Red Spot"은 이 오래된 관측 기록부터 보이저 1·2호가 목성을 스쳐 지나간 1979년(약 2만 3335킬로미터), 그리고 허블 우주망원경이 매년 목성을 촬영해온 OPAL 프로그램의 자료(2014년 기준 약 1만 6500킬로미터)까지 하나의 시계열로 엮었다. 140년 사이 크기가 절반 이하로 줄어든 셈이다. 사이먼 본인이 2014년 NASA 보도자료에서 밝힌 표현을 빌리면, 당시 목성 대적점 크기 변화 는 매년 약 930킬로미터씩 폭이 줄어들고 있었다. 📉 줄어드는 속도 자체가 일정하지 않다는 게 더 흥미로웠다 표를 만들면서 내가 진짜 놀랐던 부분은 크기가 줄었다는 사실이 아니라 줄어드는 '속도'가 널뛰기를 한다는 점이었다. ...

🔭우주비행사 시력 저하 원인, 27명 중 몇 명이 실제로 겪었는지 논문 숫자로 다시 파봤습니다

📑 목차 🔭 논문 원문을 직접 찾아보게 된 이유 📊 숫자로 보니 훨씬 구체적이네요 💧 체액이 위로 쏠린다는 설명,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남더라고요 🚀 화성 미션을 앞두고 진행 중인 실험들 ✍️ 정리하면서 든 생각 🔭 논문 원문을 직접 찾아보게 된 이유 몇 달 전에 이 블로그에 우주비행사 시력 저하 원인 얘기를 한 번 쓴 적이 있는데, 쓰고 나서도 뭔가 찜찜했어요. 존 필립스 얘기, 스콧 켈리 얘기는 다 넣었는데 정작 "그래서 몇 명 중 몇 명이 그렇게 되는데?"라는 질문에는 제대로 답을 못 했거든요. 그래서 이번엔 작정하고 이 분야의 시작점이 된 논문을 직접 찾아 읽었습니다. 2011년 안과학 학술지 Ophthalmology에 실린 Mader 등의 연구인데, 국제우주정거장이나 미르에서 6개월 이상 머문 우주비행사 27명을 대상으로 귀환 후 안과 검진 데이터를 정리한 논문이에요. 이 숫자들을 보고 나서야 왜 NASA가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 감이 왔습니다. 📊 숫자로 보니 훨씬 구체적이네요 이 27명 중 시신경유두부종, 그러니까 시신경이 붓는 증상이 나타난 사람이 7명, 비율로 26%였어요. 안구 뒷면이 눌려서 평평해지는 안구편평화는 6명, 망막 아래 맥락막에 주름이 생긴 경우가 4명, 안저에 하얀 반점(코튼울반점)이 생긴 경우가 6명이었습니다. 흥미로운 건 이 중 일부에게 귀환 직후 요추천자로 뇌척수액 압력을 재봤더니 4명에서 압력이 지상 기준치보다 높게 나왔다는 점이에요. 반면 우주왕복선처럼 2주 안팎의 단기 비행을 다녀온 수백 명의 승무원 그룹에서는 이런 소견이 훨씬 드물게 나타났고요. 즉 이건 무중력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무중력에 '얼마나 오래' 노출됐는지의 문제라는 뜻이죠. 💧 체액이 위로 쏠린다는 설명, 그런데 궁금한 게 하나 남더라고요 지구에서는 중력 때문에 혈액과 체액이 다리 쪽으로 쏠리는데, 무중력에서는 이 쏠림이 사라지면서 체액 1~2리터가 상체와 머리 쪽으로 재분배됩니다....

🚀 빛에도 무게가 있다는 걸 계산해보고 알았다 — 태양돛 우주선의 진짜 승부처는 여기 있다

📑 목차 💡 빛이 민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안 믿었다 🔢 숫자로 보면 얼마나 미는지 감이 온다 🛰️ LightSail 2가 진짜 보여준 건 '성공'이 아니라 '줄다리기' 🚀 Solar Cruiser가 취소된 진짜 이유는 예산이 아니라 붐이었다 🔧 결국 발목을 잡는 건 물리가 아니라 하드웨어 💡 빛이 민다는 말을 처음 들었을 때는 안 믿었다 몇 년 전 천문 관련 라이브 방송을 보다가 " 태양돛 은 빛의 압력으로 날아간다"는 설명을 들었다. 솔직히 그 자리에서 반박하고 싶었다. 빛은 질량이 없는데 어떻게 뭔가를 미냐고. 바람이 종이를 미는 거야 공기 분자가 부딪히니까 이해가 가는데, 진공 속에서 빛이 민다는 건 감이 안 왔다. 그런데 이게 SF적 비유가 아니라 그냥 물리 교과서에 나오는 계산이라는 걸 알고 나서 좀 머쓱해졌다. 광자는 질량은 없어도 운동량(p = E/c)을 갖고, 표면에 부딪혀 흡수되거나 반사되면 그 운동량이 그대로 힘으로 전달된다. 마이클슨이 19세기 말에 이미 이론적으로 예측했고, 20세기 초 니콜스와 헐이 실험실에서 직접 측정까지 해낸 오래된 이야기였다. 🔢 숫자로 보면 얼마나 미는지 감이 온다 지구 궤도 근처(1AU)에서 태양이 단위 면적당 쏟아붓는 에너지, 즉 태양상수는 약 1361W/㎡다. 이걸 광속(약 3×10⁸ m/s)으로 나누면 완전히 흡수하는 표면이 받는 복사압은 약 4.54μN/㎡가 나온다. 태양돛은 빛을 흡수하지 않고 반사하도록 설계하기 때문에 운동량이 두 배로 전달돼 압력도 대략 9.08μN/㎡ 수준이 된다. 이 숫자는 어느 임무의 관측값이 아니라 그냥 태양상수와 광속으로 유도되는 이론값이다. 문제는 이게 터무니없이 작다는 거다. 1제곱미터짜리 반사판이 받는 힘이 대략 개미 한 마리(1mg 안팎) 무게의 수백분의 1 수준이다. 로켓 엔진이랑 비교하면 장난 같은 힘인데, 진공에는 마찰이 없고 태양은 24시간 쉬지 않고 밀어주니까 몇 달, 몇 년 단위로...

🪐 TOI-700 e, 도라도자리 너머 101광년 밖에서 발견된 지구형 생명체 거주 가능 행성

🔭 도라도자리는 애초에 한국 하늘에 뜨지 않는다 TOI-700이라는 이름을 처음 봤을 때 별자리부터 찾아봤다. 도라도자리(Dorado). 적위가 영하 60도 근처라서 위도 37도쯤 되는 한국에서는 계절이 바뀌어도 지평선 위로 절대 올라오지 않는다. 결국 칠레나 호주 아마추어 천문 동호회 사이트를 뒤져서야 그 방향 사진을 겨우 볼 수 있었다. 정작 눈으로 확인도 못 할 별인데, 왜 이렇게 계속 이름이 돌아다니나 싶어서 찾아보기 시작했다. TOI-700은 태양보다 훨씬 작고 어두운 적색왜성이고, 지구에서 약 101광년 떨어져 있다. 여기 딸린 행성이 넷인데, 그중 d와 e가 항성으로부터 적당히 떨어진 '거주가능 영역' 안에 들어간다. d는 2020년에 먼저 발표됐고, e는 그보다 2년 뒤인 2023년 1월 미국천문학회(AAS) 241차 학술회의에서 공개됐다. 같은 시스템인데 왜 하나는 먼저 나오고 하나는 늦게 나왔을까. 📡 늦게 잡힌 이유는 신호 자체가 작았기 때문 이 답은 물리적으로 꽤 단순하다. e는 지구 반지름의 약 0.95배로 d(약 1.19배)보다 작다. 행성이 별 앞을 지나가며 가리는 빛의 양, 그러니까 트랜싯 신호의 세기는 행성 크기의 제곱에 비례한다. 같은 손전등 앞을 야구공이 지나가느냐 골프공이 지나가느냐의 차이라고 보면 된다. 골프공 쪽 그림자는 훨씬 옅어서, 노이즈에 묻히기 쉽다. 실제로 e의 존재는 TESS가 2019~2020년에 찍은 초기 데이터만으로는 확정되지 못했다. TESS가 같은 하늘 구역을 다시 방문해 추가 관측 구간(섹터)을 쌓은 뒤에야, 옅었던 신호가 여러 번 겹쳐 통계적으로 유의미해졌다. 이 과정을 정리한 논문이 Gilbert 등 연구진이 The Astronomical Journal에 발표한 "Discovery of the Long-period, Temperate TOI-700 e"다. 제목 그대로, 발견까지 시간이 걸린 이유를 논문 제목이 먼저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 ...